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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소설 벗겨보기 - 성인되어 색다르게 깊숙이 고전 소설 읽기 (커버이미지)
고전 소설 벗겨보기 - 성인되어 색다르게 깊숙이 고전 소설 읽기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김우태 
  • 출판사율도국 
  • 출판일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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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 야함이 어디까지인고?

대한민국 사람치고 춘향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원본을 읽은 사람은 몇이나 될까?
예전에 어떤 이는 원본은 정말 야하다고 말했다. 야해? 얼마나? 그것이 궁금했다. 다른 것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춘향전의 야함은 어느 정도일까, 단지 그것 뿐이었다.

“애고 얄궂고 우습다. 궁자 노래가 무엇이오?”
“네 들어 보아라. 좋은 말이 많으니라. 좁은 천지 교태궁, 뇌성벽력 풍우속에 상서로운 기운이 풀려 있는 엄장한 창합궁, 성덕이 넓으신데 술로 연못을 이루고 고기로 숲을 이룬 주지육림 웬 말인가 은임금의 대정궁, 진시황의 아방궁, 천하를 얻을 적에 한나라 태조의 함양궁, 그 곁에 장락궁, 반첩여의 장신궁, 당나라 현종의 상춘궁, 이리 올라서 이궁, 저리 올라서 별궁, 용궁 속의 수정궁, 월궁 속의 광한궁, 너와 나와 합궁하니 평생 무궁이라. 이 궁 저 궁 다 버리고 네 두 다리 사이에 있는 수룡궁에 나의 힘줄 방망이로 길을 내자꾸나.”

‘궁’자 돌림 노래를 하면서 약간의 야한 농담이 섞여있다.
춘향전을 읽으면 자연히 운율이 느껴지는데, 글투 자체가 3,4조, 4,4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듯 말장난이 어우러져 그 흥을 돋우고 있다. 하지만, 내가 찾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야함이었다.

춘향이 반만 웃고,
“그런 잡담은 마시오.”
“그게 잡담 아니로다. 춘향아 우리 둘이 업음질이나 하여 보자.”
“애고 참 잡상스러워라. 업음질을 어떻게 하여요.”
업음질을 여러 번 한 것처럼 말하던 것이었다.
“업음질 천하 쉬우니라. 너와 내가 훨씬 벗고 업고 놀고 안고도 놀면 그게 업음질이지야.”
“애고 나는 부끄러워 못 벗겠소.”
“에라 요 계집아이야 안 될 말이로다. 내 먼저 벗으마.”
버선, 대님, 허리띠, 바지, 저고리 훨씬 벗어 한편 구석에 밀쳐 놓고 우뚝 서니, 춘향이 그 거동을 보고 삥긋 웃고 돌아서며 하는 말이,
“영락없는 낮도깨비 같소.”
“오냐 네 말 좋다. 천지만물이 짝 없는 계 없느니라, 두 도깨비 놀아보자.”
“그러면 불이나 끄고 노사이다.”
“불이 없으면 무슨 재미 있겠느냐. 어서 벗어라 어서 벗어라.”
“애고 나는 싫어요.”

어린 놈의 쉐이들이 슬슬 옷을 벗기 시작했겄다.
여기에 나오는 (성)춘향과 (이)몽룡은 이팔, 사사로 16세다. 얼마나 혈기 왕성한 나이란 말인가. 이 때 나도 엄청 혈기 왕성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해도 밤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던 나이였으니...그럼 다음 글을 보자.

도련님 춘향 옷을 벗기려 할 쩨 뛰놀면서 어룬다. 만첩청산 늙은 범이 살찐 암캐를 물어다 놓고 이가 없어 먹지는 못하고 흐르릉 흐르릉 아웅어루는 듯, 북해흑룡이 여의주를 입에다 물고 오색구름 사이를 뛰노는 듯, 단산의 봉황이 대나무 열매 물고 오동속에서 뛰노는 듯, 한가로운 학과 두루미가 난초를 물고서 오동나무 소나무 사이에서 뛰노는 듯, 춘향의 가는 허리를 후리쳐 담쏙 안고 기지개 아드득 떨며, 귓밥도 쪽쪽 빨고 입술도 쪽쪽 빨면서 주홍 같은 혀를 물고, 오색단청 이불 안에서 쌍쌍이 날아드는 비둘기같이 꾹꿍 끙끙 으흥거려 뒤로 돌려 담쏙 안고 젖을 쥐고 발발 떨며 저고리, 치마, 바지 속옷까지 훤씬 벗겨 놓았다. 춘향이 부끄러워 한편으로 잡치고 앉았을 제, 도련님 답답하여 가만히 살펴보니 얼굴이 달아올라 구슬땀이 송실송실 앉았구나.

어린 놈의 쉐이들이 잘도 노는구나. 할 것은 다하는구나. 저런 것을 어떻게 어디서 배웠을꼬?
우리야 야동이 있었으니 그걸로다가 배웠지만, 그 당시엔 뭘로 배웠을꼬?
춘향 어미도 이상스러운 것이 이도령이 춘향을 만나러 밤에 찾아오니까, 오히려 술과 안주와 침상을 봐주었다. 한판 하라고! 그때의 풍속은 원래 그러했을까.
아무리 고을 사또의 자제라고 하지만. 이 책에 있는 완판84장본에는 숙종 때라고 했고, 경판30장본에는 인조 때라고 했다. 어차피 소설이니 크게 신경쓸 거 없으렷다.
그건 그렇고 이년놈들 노는 꼴이더 더 보자

“이애 춘향아 이리 와 업히거라.”
춘향이 부끄러워하니,
“부끄럽기는 무엇이 부끄러워. 이왕에 다 아는 바니 어서 왕 업히거라.”
춘향을 업고 추켜올리며,
“아따 그 계집아이 똥집 장히 무겁다. 네가 내 등에 업히니까 마음이 어떠하냐?”
“엄청나게 좋소이다.”
“좋냐?”
“좋아요.”

이것들이 이제는 홀딱 벗고 업고서 논다. 부럽다. 춘향은 이몽룡을 처음 본 것은 아닐 듯싶다. 놀러가서 이몽룡이 방자보고 꼬셔오라고 했는데, 그렇게 튕기더니, 밤에 집으로 찾아오니까 저렇게 좋아라 한다.
아마도 이몽룡의 생김새와 성정, 학문 등이 훌륭했음을 이미 알았을 것이로다. 이미 사모하고 있던 차에 이몽룡이 접근을 하니 저리 좋아하지 않았을까.
집안도 사또 집안이라 좋고, 인물도 번듯하니 좋고, 공부도 잘하니 출세도 할 것 같고... 어쩌면 이 춘향이란 것이 이 몽룡을 일부러 꼬시려고 그네를 탔을지도 모를 일이고... 아무튼 춘향과 몽룡은 약 1년간 이짓거리를 하다가 이몽룡의 아버지가 서울로 발령이 나면서 헤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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